처음엔 고요했다. 바람 한 점 없는 이른 아침, 그 길은 온전히 여인의 발걸음만을 따라간다. 길 양옆엔 벚꽃이 소리 없이 피어나고, 그 아래를 걷는 여인의 그림자만이 길게 늘어져 있다. 아무것도 없고, 아무 소리도 없다. 이 길은 그저 걸어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. 혼자만의 길, 조용히.
하지만, 시간이 흐를수록 발걸음은 달라진다. 처음엔 그저 고요했던 길이, 점차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. 첫 번째 발걸음은 작은 돌을 건드리듯 가볍고, 두 번째는 조금 더 확실히 땅을 찍고, 세 번째는 그 흔적을 깊게 새긴다. 점점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 길을 하나로 모은다. 그리고 그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처럼,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.
우리는 모두 이런 길을 걷고 있다. 처음엔 아무도 모른다. 작은 시작일 뿐이다. 하지만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, 어느 순간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그리듯 펼쳐진다. 어떤 이들은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던 사람들일 수도 있고, 어떤 이들은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이일 수도 있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, 그들의 발걸음이 모여 이 길은 완성된다.
이 여인의 길처럼, 우리의 삶도 그렇게 조용히 시작된다. 그러나 그 시작이 아름다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, 그 사실을 믿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언젠가는 그 길의 끝에서 자신이 만든 그림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.